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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이 편지는 사환에 의해 언덕을 넘어 곧 당신에게 가 닿을 것이다. 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집 앞에 도착한 사환은 숨을 고른 후 당신이 있는 장소의 대문을 세 번 두드릴 것이다. 그 소리는 아마 이미 잠에 들거나 들지 않은 당신의 귀에 가 닿기에는 충분하거나 부족한 소리일 수 있다. 사환은 자신의 망토 속에 나로부터 건네받은 편지 봉투가 무사히 있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후, 다시 한 번 당신에게 편지가 왔음을 알리기 위해 현관 오른쪽 상단에 매달린 새 모양-부리와 날개 모양의 장식이 있어 새라는 것을 알지만 무슨 종의 새인지는 모르는-의 종 손잡이를 세 번 흔들 것이다. 사환이 종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김에 따라, 그 종은 새의 부리 모양을 열고 닫으며 줄 끊어진 피아노처럼 먹먹한 소리를 낼 것이다. 그 종은 그곳으로부터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당신이 잠에 빠져들었거나 잠들지 못할 당신의 그 다락방, 당신이 저녁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당신의 그 밀실, 그 공간에서 쨍한 쇳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된 종이다. 잠에 들어서도 들지 않고서도 그 소리를 기다렸건만. 당신은 언제나처럼 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될 것이다. 당신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등불을 들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방문을 열 것이다. 그러면 나타나는 계단. 등불을 든 한 손과, 다른 한 손으로는 난간을 붙잡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는 당신. 달리 깨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기라도 한 듯, 적어도 한 층 이상의 계단을 서서히 내려가는 당신은, 슬리퍼를 신고서도 뒤꿈치를 든 채 걷고 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숙인 자세로. 당신은 계단에서 발을 헛딛지 않으려 등불을 최대한 아래로 내리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계단 난간을 쓸어내리듯이 짚으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딛는다. 그럼에도 내딛는 걸음마다 바닥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울리고 당신은 마른 침을 삼킨다. 당신은 유령처럼 움직이고 싶은 것일까? 당신의 발걸음은 더욱 느리고 신중해진다. 난간을 움켜쥔 손을 천천히 미끄러뜨리며 당신은 오래되어 칠이 벗겨진 난간의 나무 거스름이 손바닥 또는 손가락에 닿는 것을 느낀다. 당신은 그 순간 난간에서 바로 손을 떼어낼 것이다. 과거 이것에 손바닥을 찔린 기억 때문이거나, 다시금 찔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 내려가기엔 그곳은 너무 어둡고, 당신은 아래로 한 발을 내디디며 휘청거린다. 발이 바닥을 제대로 딛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으므로, 당신은 당신이 내디딘 한걸음으로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안심하고 다음 발을 딛는다. 그런 당신의 걸음은 느리고 느리다. 당신은 당신의 모든 움직임이 분절된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먼저 무릎을 굽히고, 한 발을 떼어 계단 아래 잘 보이지 않는 허공으로 내딛는 당신. 등불을 가까이 움직이는 한 손과, 중심을 잡기 위해 뒤로 죽 빼놓은 다른 한 손과, 난간을 잡지 않고 펼쳐진 손바닥과, 그것들이 흔들리다가 기우뚱, 하면서 한 발이 계단 위에 놓이고, 그리고 구부러졌던 무릎을 펼치며 윗 칸에 있던 발을 하나 아래로 가져오면서 흔들렸던 몸이 다시 정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 마침내 마지막 계단으로부터 바닥으로 내려서는 당신. 당신은 이제 완전히 바닥에 도착하였다. 문 건너편에서 우리의 사환은 여전히 참을성 있는 자세로-앉거나 서 있거나-당신의 모든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편지가 정말 있음을 망토 속에 손을 넣고서 확인하며, 여기서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는 이 모든 일이 익숙하였으므로.